자유게시판

알림마당 > 자유게시판
삼 개월 신참 체험기, 잘 봐 주세욤~   2012-03-25 (일) 16:37
김정순   13,418



삼 개월 신참 체험기, 잘 봐 주세욤~

고성 농요에 입회한지도 3개월을 넘기고 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오랜 세월을 함께 한 듯한 느낌은 웬 일인지.

요즘 흠뻑 빠져 배우고 있는 모듬북에 취해 있다가 잠간 쉬는 시간 목을 축이는 녹차 한 잔은 아마도 감로수가 따로 없을 성 싶다.

열심히 땀 흘리고 출출한 점심시간

바로 지은 뜨끈한 밥 한 그릇에 된장 뚝배기, 김치 얹어 먹는 점심이 달다.

뽀얀 쌀뜨물로 끓인 숭늉의 구수한 맛, 그 인정스런 맛을 어찌 쉽게 잊을까.

그 맛에 정이 들어 깐깐한 기억 세포조차도 삼 개월을 삼십 개월로 착각 현상을 일으킨다.

입회한 첫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고성 농요 비 앞에 임진년 한 해의 기원을 담아 준비한 차례 상.

돼지 머리에 복채를 물리고 모든 회원들이 절을 올리며 제향을 모시던 일.

날씨는 쌀쌀하고 바람은 차가왔지만 그 독특한 시작이 건망증 심한 머리에 오래 머문다.

발이 시려 목도리를 방석 삼아 음복주를 마시며 훈훈함을 느꼈었다.

배움에 필요한 소품들이 잘 정비되고 갖추어져 있어서 그동안 불편함을 느껴 본 적은 없다.

처음, 망설임 끝에 입회하게 되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입회하기를 정말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국악 전반에 걸친 과목으로 1년에 한 두 번의 특강은 농요 회원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참여 할 수 있는 열린 수업이다.

회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배울꺼리, 그리고 배움의 기회를 주는 보존회의 배려에 감사함을 느낀다. 농요하면 농사짓는 어르신들이나 하는 걸로 생각하고 배울게 뭐 있겠나 하고 생각했지만 그 선입견은 삼 개월을 지내면서 씻어 버린다.

우리가 이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동안 소중하게 지키고 습득해야 할 우리 무형문화의 유산들이 많이 사라져 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노파심까지 생긴다.

나부터도 보존회 전수관과 인접한 사천에 살면서도 내용도 몰랐고 큰 관심도 없었으니까.

그러나 지금, 이런 문화재를 전승하고 계승하려면 많은 뜻있는 젊은이들의 참여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수자가 더 젊어지고 더 불어나야 좋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곳 농요에는 전수자들의 연령층이 비교적 고루 섞여 있는 것 같다. 어린이에서부터 80대 어르신까지 전 세대를 고루 아우르고 있다. 다른 문화재와는 달리 농요의 전수는 젊은층들이 좀 기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와 보면 생각보다 많은 젊은층을 수용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문화재 전수 외에도 춤, 소리, 악, 사물 등 배울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고유한 우리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 하지 않든가.

고성 농요에서 나는 그 말의 진미를 실감한다.

삼 개월 간 내가 체험한 바로는 우리만의 풍습과 춤과 노래와 전통을 문화재 고성농요는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고성 농요가 그 가능성과 실현으로 충분히 그 역할을 해 주리라 믿는다.

무릇 지정된 모든 문화재가 다 비슷하겠지만 오늘날 그 맥을 이어 우리 것의 전통으로 자리 잡기 까지 앞 선 사람들의 헌신과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농요 보존회 또한 그 정통성과 전통을 훼손 없이 보존하고 정립 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문화재이신 김석명 회장님과 함께 허덕순 선생님을 비롯한 여려 선생님들, 그리고 회원님들의 심혈이 아니겠는가. 문화재로서의 정통성은 잘 보존하고 살리는 한편으로 전통과 근대가 어우러진 예술미와 재미를 가미한 볼거리의 균형은 김석명 회장님과 허덕순 선생님의 야심찬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농요가 비록 농사지을 때 농민들이 불렀던 노동요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문화의 보존이 없었다면 한국인으로서 우리의 정체성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었겠는가.

입회한지 얼마 되지 않아 홈피에도 들어가 기웃거리고 회장님께서 주신 태이프도 듣고 실기로 보고 들으면서 농요가 생경하지 않고 배우는데 그렇게 어렵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옛날에는 거의 다 농경사회였으므로 한국인으로서 그대로 우리에게 전해져 오는 인습과 맥이 조금만 따라하다 보면 하나의 핏줄처럼 자연스레 우리의 몸과 마음속으로 전해져 오기 때문이리라.

앞으로 열심히 배우고 습득하고 또한 성실히 체험하리라고 마음을 다진다.

입회 첫날 시간이 남아 산보 삼아 가 보았던 별장이 고성 농요하면 함께 떠오른다.

회원이면 누구나 연습장처럼, 쉼터처럼 사용 할 수 있도록 개방된 곳이라는데 고성 바다의 끝자락, 손에 잡힐 듯 바로 마주 하는 섬 하나를 앞에다 놓고 푸른 바다를 환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구름다리 하나 놓아 건너가도 좋을 그 섬이, 그 별장이 내게는 또한 매력이었다.

나이치고는 낯가림을 좀 하는 편인 나라는 사람이 삼 개월 만에 삼년지기가 된 듯한 이 친숙함은 어디서 비롯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의 일등 공신은 가족적 분위기 - 울타리 없이 늘 열려 있는 친정집이나 삼촌댁, 고만 고만한 관계의 시골 친척집에 온 듯한 인정스런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몇 세대가 함께 모여 사는 대가족 같은 오붓함이 오늘 또 발걸음을 잡아 당긴다.

샘들, 회원님들, 잘 부탁합니다. ~ 사랑해 욤 ~^^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Me2Day로 보내기 게시글을 요즘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좋은벗 12-04-06 14:10
 
우~아~~!글솜씨가 대단하네요!
김정순 12-04-29 22:26
 
공지 사항 볼까하여 잠간 들렀다가 혹 좋은 벗이나 만날까 싶어 슬쩍 들어 와 봤더니 내 예감이 딱~! 칭찬, 감사하고 송구해요^^

최고의 공연(1) 
삼 개월 신참 체험기, 잘 봐 주세욤~